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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귀연-애달픈 삶을 소리로 풀어내다  

 명창은 능히 사람을 웃기고 울린다고 한다.
 정선에서 약 백리 떨어진 임계에 가면 배귀연 김형녀 박가무 윤태선 등 소리가 좋기로 소문난 여류 명창들이 있다.  이들 모두 크게 드러내지 않고 소리를 하는 쟁쟁한 명창들로 이들 가운데 능히 사람을 울리는 소리꾼이 바로 배귀연이다.
 그의 아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들은 코끝이 찡한 슬픔을 보았다고 한다.
 배귀연은 1942년 임계면 반천에서 농사를 짓는 배선구와 허초월의 3남 3녀 중 맏딸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소리를 잘하는 까닭에 정선아리랑은 어려서부터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조그만 입으로 아리랑을 부르며 부모님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했다.
 딸의 재롱에 세월 가는 줄 모르던 아버지는 어느날 여자들 소리가 울타리를 넘어가면 집안이 망한다며 아리랑 부르는 것을 금했다.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시절이라선지 다시는 앞에서 못부르게 했다.
 그는 호랑이보다 무서워했던 아버지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부르고 싶은 아리랑을 참기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아버지가 외출이라도 하면 목청을 높여 부르다가 돌아오면 이불 속에서 혼자 웅얼거려보기도 했다.
 "그때 소리는 지금하고 달랐지요.  어른들 소리를 들어보면 멋이 들어가지 않고 소리가 늘어지고 꺽임이 많았지요"
 열 네 살이 되어 '소란'이라는 마을로 이사를 했다. 열일곱 살 때는 명주 옥계로 다시 이사를 했다.  정선땅을 벗어난 듯 싶었으나 아버지 친구의 중매로 다시 임계로 시집을 왔다. 질기디 질긴 아리랑의 끈과도 같았다.
 농촌에서의 시집살이는 힘에 부친 삶의 연속이었다. 자연히 그의 생활에는 아리랑이 떠날 수 없었다. 사래가 긴 밭을 매며 불렀고 춘궁기에 나물 뜯으러 가서도 불렀다. 시집살이가 힘겨워 몰래 매며 불렀고 춘궁기에 나물 뜯으러 가서도 불렀다. 시집살이가 힘겨워 몰래 쏟은 눈물도 실은 아리랑 이었다.
 그러나 대놓고 부를 수는 없었다. 가끔 친척집에 밭을 매러 가면 "소리내기 하자"며 누군가가 소리를 시작했고 그때마다 그의 소리는 너무 애절해 인기가 대단했다.
 결혼 전 부터 소리 잘한다고 자자하던 소문은 점점 퍼져가기 시작했다.  어느곳에서도 아리랑을 부르면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쉰을 넘어서자 그의 소리는 무르익었다.  주위에선 경창대회에 나가보라고 부추겼다.
 1991년 김남기씨의 주선으로 배귀연을 만난 기능보유자 김병하씨는 그의 소리를 듣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후부터 그는 김남기씨로 부터 소리공부를 했다. 농사일에 바쁜 날을 피해 비오는 날이나 겨울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배우고 다듬어갔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1992년 7월 사북읍에서 열린 정선아리랑 경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고 같은해 10월 정선아리랑제때 열린 경창대회에서 2등에 입상했다.
 현재 그는 90세가 넘은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찾아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리를 들려준다. 옛날에는 그토록 부르고 싶어도 아버지의 만류로 부르지 못한 소리를 이제는 실컷 부를 수 있다. 그가 즐겨 부르는 가사가 그리움에 가득찬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천지 조화로 눈비가 올라이면 땅에 누기가 있듯이
     눈도 비도 다오는데 당신을 왜 못오시나

  배귀연의 소리는 독특한 맛을 주는 까닭에 서울 등지의 답사팀을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임계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한평생을 살아온 그녀의 정선아리랑엔 '인생 오십년'이 고스란이 새겨져 있다.

  글/진용선(정선아리랑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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