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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출-정선아리랑의 산 증인  
 
 소리는 산 자 만이 누리는 언어라고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소리꾼들 가운데 정선아리랑을 대표할 수 있는 소리꾼을 누가 뭐래도 최봉출(崔鳳出)을 들 수있다.  정선아리랑이 1971년 12월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면서 나창주, 유영란과 함께 최초의 기능보유자가 된 소리꾼이기도 하다.

 그는 1918년 정선군 북면 남평리(지금은 북평면)에서 아버지 최흥순과 어머니 노씨 사이의 5남매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 젖꼭지를 물면서부터 아버지의 뛰어난 소리를 귀에 익히며 정선읍 애산리에서 성장을 했다.  그러나 네살 때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건너 마을 신월리 정명노씨가 사는 집에 수양아들 처럼 보내졌다.  이밥(쌀밥)은 고사하고 강냉이죽도 대기가 어려운 형편에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서였다.  그의 소리인생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 무렵부터 아버지처럼, 스승처럼 모시던 정명노씨의 소리는 정선 제일로 쳤지요  왜정때 소리 경연대회에서 상금도 받았던 솜씨였으니까요.”

 정선아리랑을 또박또박 부르는 최봉출은 귀여움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컸다.  잠이 들 때조차 정선아리랑이 자장가가 되었다. 이 때부터 친아버지와 정명노씨로부터 전해들은 정선아리랑이 속에서 점점 차곡차곡 쌓여가기 시작했다.

 배고픈 유년시절을 그럭저럭 보내고 스무살에 이를 무렵에는 나무꾼, 떼꾼, 농사꾼으로 객지를 전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고향에 돌아와 여량에서 해방을 맞고 결혼 첫살림을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한국전쟁 후 별어곡으로 이사를 가면서 부터 소리에 더욱 정열을 쏟아 부었다.  끝없이 반복된 노력으로 하루하루가 달리 ‘공력이 담긴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공력이란 소리를 전체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솜씨를 말한다. 목청이 좋아야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가사의 내용과 감정을 알맞게 조화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로 만들 때 공력이 좋다고들 한다.

 주변 사람들은 ‘정선아리랑의 맥을 이어갈 토종 소리’라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삼십대에 이르러 독특한 비음(鼻音)으로 정선아리랑을 익힌 그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1961년 정선군 아리랑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토종소리꾼임을 입증했고 10년 뒤에는 기능보유자로 지어받아 정선아리랑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리를 한다고해서 생활은 그다지 나아진게 없었다.1974년 다시 구절리 중동 골짜기로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체념뒤의 여유는 골짜기에서도 아리랑의 꽃을 피워 그 향기에 이끌린 도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993년 부터는 아들이 마련해 준 정선군 남면 무릉1리 멀미아파트로 이사와 살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찾는이의 발길이 잦기는 마찬가지다. 정선아리랑에 이끌려 앞에 앉아 배운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인품에 빠져들게 된다.

 “정선아리랑은 소리도 소리지만 마음이 바라야 좋은 소리가 나지요”

 전국 어디를 가나 소리꾼입네 하며 제사보다는 젯밥에 눈이 멀고 됨됨이 보다는 잔재주에 놀아나는 소리꾼이 많지만, 구절리 골짜기에 살던 시절부터 내가 가까이서 만나 나의 아리랑 연구에 증인이 된 그는 정선아리랑의 상징적인 소리꾼이다.

 그는 소리를 가르칠때 구전심수(口傳心授)의 방법을 쓴다.  아리랑 가락을 따라 배우는 이들의 소리와 음의 높낮이를 잡아주면서 마음으로 가르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방법으로 홍동주, 김춘래 등 뛰어난 소리꾼들을 문하에 두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81년부터 전국체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고령에도 불구하고 빠지지 않고 참석해 뿌듯한 마음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몇 해 전부터는 귀가 어두워졌다.  건강도 예전같지는 않아 아리랑을 부르기가 힘에 부치지만 소리는 오늘도 그의 삶 전체라고 할 수 있다.  부인인 소리꾼 이순옥은 몇 해 전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거동이 불편한 그는 지금도 수요일이면 정선아리랑 전수교실에 참가하기 위해 읍내까지 먼 걸음을 마다하지않고 가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정선아리랑과 함께 살아온 그의 팔십 평생은 아리랑의 산 역사와도 같다.

 글/ 진용선(정선아리랑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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