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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꾼들이 부른 정선아리랑  
 태어나서부터 정선 산골에서 뼈가 굵어온 떼꾼들에게 '아라리'라고 하는 정선아리랑은 노동요이자 생활요로 자리잡았다.
 떼꾼들이 거친 여울을 지나 물살이 완만한 곳에 이르면 따분함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정선아리랑을 부르게된다. 험난한 물길에서 겪는 갖가지 위험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무사함을 빌며 적막함을 달래기 위해 아라리를 불렀다. 떼꾼들이 즐겨 부르는 정선아리랑에는 위험한 고비에서 벗어나 그들을 억눌러온 현상을 해소하려는 몸부림과 신명이 그대로 표출되어 있다.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지어 놓았네
     만지산 전산옥(全山玉)이야 술상 차려놓게

     황새여울 된꼬까리 떼 무사히 지냈으니
     영월 덕포 공지갈보 술판을 닦아놓게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뜬구름만 흘러도
     팔당주막 들병장수야 술판 벌여 놓아라


 떼꾼들이 부르는 아리랑 가락은 강가에 빨래하러 나온 아낙네들이나 밭일을 하는 여자들에게 귀익은 소리가 되었다.
 떼꾼들이 떼를 타고 지나가면 주막의 여자들은 툇마루에 걸터앉아 술을 팔기 위해 큰 소리로 아라리를 불러댔다.

    지작년 봄철에 되돌아 왔는지
    뗏사공 아제들이 또 니려 오네

    놀다가세요 자다가세요
    그믐 초성달이 뜨도록 놀다가 가세요


 그러면 다시 떼꾼들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받아 불렀다. 머물고 싶은 아쉬움 속에 갈길이 바쁜 떼꾼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의 아리랑으로 화답을 했다.

    제남문 제적은 앞사공이 하고요
    아가씨 중등 제적은 거 누가 하는가

    갈보야 질보야 몸걸레질 말어라
    돈없는 백수야 건달이 애가 말러 죽는다


 영월 삼옥의 제남문이라고 하는 험한 물길은 앞사공이 겨우겨우 지나가는데 아가씨와 몸을 섞는 일은 누가 하냐고 반문을 한다.
 사실 서울까지 힘겨운 여정을 가야하는 떼꾼들에게 강변의 술집과 밥집들은 안식처였다. 떼꾼들이 떼를 강가 나루에 대고 버렛줄로 묶은 후 든 술집에서는 여자들과 어울려 한바탕 아라리를 불렀다. 이 때 부르는 아라리는 집을 떠나 객지로 향하는 쓸쓸함을 원색적으로 불러 맺힌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놓았다. 또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난봉 기질'이 농익게 배어 외설에 가까운 내용도 많았다.  

    산에 올라 옥을 캐니 이름이 좋아 산옥이냐
    술상머리에서 부르기 좋아서 산옥이로구나

    산옥이의 팔은야 객주집의 벼개요
    붉은에 입술은야 놀이터의 술잔일세

    ㄱ에 ㄴ ㄷ ㄹ은 국문(國文)의 토바침이요
    술집갈보 열 손가락은 술잔 바침일세

    술은야 안먹자고 맹세를 했더니
    술잔보고 주모보니는 또 한 잔 먹네

    못먹는 막걸리 한 잔을 내가 마셌더니만
    아니나던 색시 생각만 저절로 난다


 그러나 떼꾼들이 뗏목을 운송하는 댓가로 받는 떼돈은 "보는 게 임자"라고 했다. 그만큼 셈이 견실하지 못한 떼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작부들과 술집이 많았다. 술과 노름과 여자에 돈이 떨어져버리면 떼꾼들은 넉두리로 아리랑을 불렀다. 이 때 부르는 아리랑은 원망과 후회가 뒤섞여 곧바로 신세타령이 되었다.

    천질에 만질에 떼품을 팔아서
    술집 갈보 치마 밑으로 다들어가구 말았네

    돈 쓰던 남아가 돈 떨어지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맞은 국화라

    술 잘 먹구 돈 잘 쓸 때는 금수강산 일러니
    술 안 먹구 돈 떨어지니 적막강산 일세

    금수강산이 그렇게 두야 살기나 좋다더니
    돈씨다가 똑덜어지니는 적막강산일세

    국화꽃 매화꽃은 몽중에도 피잔나
    사람의 신세가 요렇게되기는 천만 의외로다


 정선 떼꾼이 오고가던 곳에 심어진 정선아리랑은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구성진 가락으로 인해 입에서 입으로 곳곳에 전해지게 되었고, 그곳의 가락과 문화적인 특징이 더해지고 용해되면서 또 다른 아리랑을 싹틔워 놓았다.
 동강 물길은 물론 남한강, 한강 유역과 그 내륙에 이르기까지 '아라리' 또는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선아리랑 가락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 영월 단양 충주 여주 등지의 강마을에서는 떼꾼들이 즐겨 부르던 정선아리랑이 보편화된 소리로 자리잡아 지금도 널리 불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아리랑은 후렴이 변형되거나 생략되면서 유사한 소리로 바뀌어 불려지기도 했다. 단양 지방에서 불리는 '띠뱃노래'는 정선아리랑 가락을 바탕으로 해서 새롭게 생겨난 노래로, 아리랑은 마치 풀씨처럼 그 가락이 머문 곳에서 그 땅의 토양에 맞게 또 다른 소리로 태어나기도 했다.
 정선 뗏목이 당도하던 서울의 나루터 주변까지 아라리나 아라리 가락과 유사한 소리가 많다는 사실은 떼꾼들이 정선아리랑을 전파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음을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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