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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정선아리랑  
 조선족에게 〈정선아리랑〉은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는 소리였다. ‘눈’과 ‘비’, ‘억수장마’를 통해 그리는 현실은 청천 하늘에 드리우는 ‘먹구름’과도 같을 만큼 순탄치 않은 삶 그 자체였다. 정든 고향을 떠나면서 뒤돌아보고 또 본 고향은   잊혀질만 하지만 ‘정들은 곳’으로 가슴에 자리해 고향을 그리면서 살아가게 한다.

 조선족 사회에서 〈정선아리랑〉을 듣기란 매우 어렵다. 이는 강원도 출신의 조선족이 그리 많지 않고, 그나마 〈정선아리랑〉을 알고 있는 이주 1세대와 2세대가 사라지는데 이유가 있다. 특히 〈정선아리랑〉의 느린 가락은 조선족 사회에서 다른 민요에 묻혀 자리잡기가 어려웠던 것이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전통민요로서의 〈정선아리랑〉은 조선족 사회에서 그리 알려진 소리는 아니다. 비록 『민요곡집』에 5수, 『민요집성』에 7수가 각각 실려 있기는 하지만 모두 엮음 아리랑의 느린 변주곡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곡들이다.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봉 팔만구암자에
  석달 열흘 아들생겨 달라고 백일불공말고
  타관객리에 나선 사람 부디 괄세를 말아라
  아리랑 아리라랑 아라리가 났소
  아리랑 고개고개 넘어넘어 간다

 〈중략〉

  정선 읍내 물레방아는 사구삼십륙 서른여섯개인데
  사시장철 쉬지않고 물을안고 핑글팽글 도는데
  우리 랑군 어데로 가고 날안고 돌줄 몰라
  아리랑 아리라랑 아라리가 났소
  아리랑 고개고개 나를 넘겨주소

 그러나  조선족의 심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정선 아리랑>은 이념과 체재가 다른 토양에서 생활 곳곳에 또다른 형태로 싹트기 시작했다. 전통민요로서의 정선아리랑도 사회주의 음악적 특징을 겻들이고  각색되어 가극 등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또한 조선족의 기상을 담  아 만들어진 아리랑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정선아리랑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아리랑이 〈장백의 새아리랑〉과 <아리랑련곡>이다  

  장백산 마루에 둥실 해뜨니 푸르른 임해는
  록파만경 자랑하며 설레이누나
  칠색단을 곱게 펼친 천지의 폭포수는
  이나라 강산을 아름답게 단장하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리아리쓰리쓰리 아라리가 났네
  장백산은 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 우리네 자랑일세

  장백산 임해엔 보물도 많아 탐스런 인삼꽃
  노을처럼 붉게 피어나누나
  숲숙에는 노루사슴 껑충껑충 뛰놀고요
  미인송은 두손들어 너울너울 춤을 추네

  그 옛날 천지엔 선녀 내렸고
  오늘은 세월 좋아 벗님들이 이 고장에 찾아오누나
  신선의 꽃 활짝 피는 우리네 장백산은
  중국의 명산이요 연변의 자랑일세
   
    * 정선아리랑연구소 음원자료 DT-8, 1996.
      가창자, 전화자(여, 54세, 중국 길림성 연길시 인민로 84)


1982년 창작된 〈장백의 새아리랑〉최현이 노랫말을 짓고 연변 조선족 예술단 전문 작사가인 안계린이 곡을 붙였다. 우리 겨레의 영혼이 담겨있는 산인 장백산(백두산)을 조선민족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노래다.

 앞머리의 가락이 〈정선 엮음아리랑〉의 촘촘히 엮어가는 부분과 같은 〈장백의 새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의 설화적 특징을 이용해 8분의 12박자를 4분의 4박자로 바꿔  빠른 가락으로 이어지게 해 전통적인 민요를 새로운 가요 형태로 바꿔 계승 발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장백의 새 아리랑〉은 1983년 전국민족단결현상모집에서 2등 창작상을, 길림성에서도 2등 창작상을 받았고 1984년에는 안계린이 작곡한 80여 곡의 가요와 함께 『장백의 아리랑』(연변인민출판사)이 출판되기도 했다.

〈장백의 새 아리랑〉의 2절은 장백산 숲 속에서 뛰어 노는 동물들과 미인송을 노래했고 3절에서는 천지에 선녀가 내려온 전설을 통해 장백산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다.

〈장백의 새 아리랑〉은 무용과 함께 연길시 가무단이 무대에 올리기도 했는데, 연변 등지의 조선족들이 즐겨 부르고 조선족 민요 CD에도 약방의 감초 격으로 등장하는 노래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장백의 새아리랑〉과 비슷한 시기에 불려지기 시작한 아리랑이 바로 정선아리랑의 느린 가락과 진도아리랑의 빠른 가락을 조화시켜 만든 〈아리랑 련곡〉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나주소
   봄바람 순풍에 곱게 핀 앵두꽃을
   머리에나 곱게곱게 꽃아를 주니
   내 사랑 깊은 정 출렁 파도를 치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저건너 저 처녀 눈매를 보소
   겉눈을 감고서 속 눈만 떳네
   저 건너 저 총각 날보고 웃네
   웃기는 왜웃어 말이나 걸지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 전화자 편, 『민족성악교재』(제2집), 연변예술학원 민족음악학부, 1995.


〈아리랑 련곡〉의 전반부는 정선 아리랑 가락을 바탕에 깔고 후반부는 진도 아리랑의 변주로 이어가는 노래다. 가락이 많이 변하고 장식음이 발달해 전통 민요로서의 정선아리랑과 진도아리랑의 맛을 느끼기가 힘든 노래지만, 연변예술대학 등에서도 가르칠 만큼 널리 알려졌다.
 정선아리랑은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으나, 〈장백의 새아리랑〉,<아리랑련곡>과 같은 다른 종의 아리랑에 영향을 주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 〈정선아리랑〉자료


 정선아리랑 1

  눈이 올러나 비가 올러나 억수장마 질러나
  높은 청천 저 산밑에 먹구름만 지네
 
  산천이 고와서 뒤돌어다 봤소
  정들은 곳이어서 뒤돌어다 봤지

  * 1996. 6. 12 / 최옥녀 (여, 81세, 중국 길림성 연길시 인민로)


  정선아리랑 2


   조선의 조선은 어데를 가고
   북조선 남조선에 가슴만 저민다

   아리랑 아리랑이 얼마나 좋은지
   밥푸다 말고서 어깨춤 춘다

   요렇게 왔다가 요렇게 갈길을
   애시당초 처음에 왜 왔는가

   생치쌈 먹을제는 고추장이 좋구요
   전국장 담을제는 묵은콩이라네

   백두산이 높다고한들 시아비처리사 높으리
   고초후초 맵다한들 시어미처리사 매우리

   압록강 뗏목은 물 따라만 가는데
   없는 살림 이 내 몸은 품팔이 간다

   압록강 뗏목에 몸실은 낭군
   키잡고 가는 곳은 신의주란다

   철 모르는 이 몸을 간도땅에 두고
   아버지 어머니 어데를 가셨나

   밥달라 야단치며 내가 울고 울어도
   꿰진 자루 옆에 낀 엄마 한숨만 푹푹 쉐네

  * 진용선, 『정선아라리, 그 삶의 소리 사랑의 소리』, 집문당, 1993


  정선아리랑 3

   아리용  아리용 아라리요
   아리용 고개로 넘어간다
   여주 이천 물레방아 쌈지방아
   허풍선이 궁굴대는 백두산물줄기 안고
   주야장천 사시장철 떠드럭 쿵덕쿵
   빙글뱅글 뱅글빙글 도는데
   우리나 정든님은 어델가서
   나를 안고 못도나

   아리용  아리용 아라리요
   아리용 고개로 넘어간다
   심심산천에 썩 들어가서
   쓸데없는 바위밑에다
   초지 한장 걸어놓구서
   아들딸 낳아달라 산제불공 말구서
   돈없는 요내 일신 괄세를 말아.

   아리용  아리용 아라리요
   아리용 고개로 넘어간다
   백두산이 털썩 주저앉아서
   오간데 없어져도 너와 나
   맺은 정만은 변치를 말라
   열길 절벽바위 벽상에다가
   달걀을 붙였다 잡아떼듯이
   너와 나 맺은 정분 변할소냐.
   
   
  * 리상각 수집, 『조선족 구전민요집』, 료녕인민출판사, 1980
  * 조선족 시인인 리상각 선생이 1960년대 수집한 조선족 민요집에 수록된 내용이다. 이 책은 내용을 노동가요 서정가요 애정가요 서사가요 혁명가요 편으로 구분했고 아리랑도 내용에 따라 임의로 제목을 달기도 했다.



  정선아리랑 4-(중국길림성)

   세월이 갈라면 니 혼자나 가지
   알뜰한 요 청춘을 왜 데리구 갔나

   우리두 언제나 돈불아 가지구
   님과 같이 근심없이 살다가 세상 뜨겠소

   너는 죽어서 자동차 되고
   나는 죽어서 운전수 되지

   금전을 주어서 세월을 못사나니
   알뜰한 세월을 허송치 맙시다
 
   배달의 동포야 굶주리지 말고
   힘대힘대 일하여 자수성가 합시다

    먹고살 재산이 없다고 탄식을 말고서
    힘대힘대 일하며 오붓하게 삽시다

    부처님만 믿으면 극락가나
    제마음 곧아야 극락가지

    노노자 한나이 젊어노자
    나이많고 백숙이 되며는 다 허사로구나

    예수나 믿었다며는 천당이나가지
    이웃 색시 믿다보니는 림시 랑패 아닌가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봉 구함사절
    부처님전에 량연에 초를 밝히고
    아들딸 날라고 산제불공 말고
    내 문전에 들은 손님 괄세를 마오

    소복단장 곱게하고 무지공산 썩 들어가서
    명색없는 바윗돌에 백지 한장 깔고
    두 무릎 꿇고 초불켜고 신령님께 앋르딸 낳게 해달라고
    두손모아 싹싹 빌지 말고
    야밤중에 오신 손님네들 괄세 마라

    너나 내나 죽어지면 석새배 한필에 돌돌감아
    노가지나무 열두대 서른두명 우데군에
    북망산천 찾아갈세 어호 넘차 올라가서
    발락자빠져 폭폭 썩어질 인생을
    이후 맘일랑 도척같이 먹지마시오

     * 『문학과 예술』, 중국연변문학예술연구소 , 1993. 7,8월호


    저근네 묵은 밭은 작년에도 묵더니
    금년에도 날과같이 또 한해를 묵는다

    정선의 구명(旧名)은 무릉도원 아니냐
    무릉도원은 어데가고 산만 충충하네

    눈이오려나 비가오려나 억수장마 지려나
    만수산 검은구름이 막 모여든다.

    바람아 불어라 구름아 모여라
    부평초 이몸은 함께나 갑시다

    바람이 불어서 씰어진 나무가
    눈비가 오신다구야 일어날수가 있나

    산천초목에 물과 요지도 임자가 있는데
    우리는 뭘루생겨서 임자가 없나

    앞남산 송백에 저 두견새는
    고국을 찾으려고서 구성지게 우나

    울어서 될일 겉으면 울어래도 보지
    울어도 안될 일이면 웃어나보자

    산천이 고와서 뒤돌어다 봤소?
    정들은 곳이어서 뒤돌어다 봤지

    인생이 일장춘몽인데
    아니 놀고서 무엇하나
 
    삼십륙년 묵던 무궁화도 피였는데
    삼천만 동포야 태극기를 찾어라

     *『예술세계』, 중국연변문학예술계련합회, 1993. 2


    정선아리랑 5-(중국 흑룡강성)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눈이 올레나 비가 올레나 억수장마 질레나
    구보산 검은 구름이  모여든다

    산차지 땅차지는 왜놈 차지요
    일차지 고생차지는 우리조선 동포라

    무심한 기차는 날실어다 놓고
    환고향 시킬줄을 내가 왜 모르나

     * 1995. 3. 12 / 차병걸(남, 71세, 중국 흑룡강성 로가기향 신승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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